이비인후과를 꾸준히 다녀도 한쪽 코만 유독 막히고, 광대뼈 주변이 묵직하게 아파오는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어요. 항생제도 써보고 비강 스프레이도 열심히 뿌려봤는데, 잠깐 나아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그 답답함, 충분히 공감돼요.
그럴 때는 사실 코가 아닌 치아에 원인이 있을 수 있어요. 특히 위쪽 어금니(상악 구치부) 뿌리 끝에 생긴 염증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부비동으로 퍼지는 경우인데, 이를 '치성 부비동염(Odontogenic Sinusitis)' 이라고 해요. 오늘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지 차근차근 이야기해 드릴게요.
상악 어금니와 부비동의 해부학적 인접성
우리 얼굴 뼈 속에는 '부비동'이라는 빈 공간이 여러 군데 있어요. 그중에서도 코 양옆, 광대뼈 안쪽에 자리 잡은 가장 큰 공간을 '상악동(Maxillary Sinus)' 이라고 불러요. 위쪽 어금니 뿌리 끝이 바로 이 상악동 바닥과 아주 가깝게 붙어 있고, 때로는 얇은 뼈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기도 해요.
이런 구조 때문에 충치나 외상으로 치아 신경이 괴사하고 뿌리 끝에 염증 주머니(치근단 병소, Periapical Lesion)가 생기면, 염증 물질이 그 얇은 뼈를 녹이면서 상악동 안으로 퍼져나갈 수 있어요.
상악 어금니 뿌리 끝 염증이 상악동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해부학적 도식
상악 어금니 뿌리 염증이 상악동으로 확산되는 해부학적 경로
상악동 내부는 '슈나이더 막(Schneiderian Membrane)'이라는 얇고 섬세한 점막으로 덮여 있어요. 치아에서 유래한 세균과 염증 물질이 이 점막을 자극하면, 점막이 붓고 염증성 분비물이 고이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축농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거예요.
치성 부비동염의 임상적 특징
치성 부비동염은 감기나 알레르기 비염처럼 코 자체의 문제로 생기는 일반적인 부비동염과는 조금 달라요. 몇 가지 구별되는 특징들이 있으니, 한번 살펴보세요.
- 일측성 증상: 특정 치아가 원인이기 때문에, 대부분 그 치아가 있는 한쪽 코와 얼굴에서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어요. 양쪽에 증상이 오는 일반적인 부비동염과 구별되는 중요한 포인트예요.
- 기존 치료에 대한 낮은 반응성: 치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항생제나 소염제 복용을 중단하면 증상이 다시 돌아오기 쉬워요. "다 나은 것 같았는데 또 재발했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 악취를 동반한 농성 비루: 일반적인 콧물보다 훨씬 끈적하고 진한 노란색의 콧물(농성 비루)이 나오고, 불쾌한 냄새가 함께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고개를 숙였을 때 콧물이 흘러내리는 경험을 하기도 해요.
- 치과적 증상 동반: 원인이 되는 치아를 씹을 때 불편하거나 아플 수 있어요. 다만 만성 염증의 경우, 눈에 띄는 치통 없이 부비동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도 있어서 놓치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해요.
- 비전형적 증상: 코막힘, 콧물 외에도 두통, 눈 주변의 뻐근함, 얼굴이 부은 듯한 느낌 등 다양한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어요.
진단의 핵심, 치과 콘빔 CT(CBCT)
치성 부비동염을 제대로 진단하려면, 염증을 일으킨 치아와 그로 인해 변화한 상악동 내부를 동시에 정확하게 확인해야 해요. 일반 파노라마 방사선 사진은 2차원 평면 영상이라, 치아 뿌리와 상악동의 복잡한 3차원 관계를 세밀하게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거든요.
이럴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치과용 콘빔 CT(Cone-Beam Computed Tomography, CBCT) 예요. 짧은 시간에 저선량으로 촬영해서 뼈와 치아 구조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재구성해 주는 검사예요.
치과 콘빔 CT(CBCT)를 통해 상악동 염증과 치아 원인을 진단하는 개념적 3D 이미지
치과 CBCT를 통한 상악 어금니와 부비동 염증의 3차원적 진단
CBCT를 통해 의료진은 ▲원인 치아 뿌리 끝 염증(치근단 병소)의 크기와 위치 ▲상악동 바닥 뼈의 파괴 여부 ▲염증으로 상악동 내부가 뿌옇게 변한 모습(sinus opacification)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요. 코의 문제인지, 치아의 문제인지를 정확히 구별하고 치료 방향을 잡는 데 꼭 필요한 정보들이에요.
원인 중심의 치료 계획
치성 부비동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이 되는 치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에요. 원인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부비동 증상은 결코 완전히 나아지지 않거든요.
- 원인 치아 치료: 치아 상태에 따라 신경치료, 재신경치료, 치근단 절제술 또는 발치를 통해 염증의 근원을 제거해요.
- 약물 치료 병행: 세균 감염을 조절하고 염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치과 치료와 함께 항생제, 소염제 등을 처방할 수 있어요.
- 경과 관찰: 대부분의 경우, 원인 치아가 치료되면 상악동 내 염증도 자연스럽게 좋아져요. 상악동의 자정 작용으로 고여 있던 분비물이 빠져나가고, 부어있던 점막이 가라앉게 되는 거예요.
염증의 원인이 잘 제거되면, 손상되었던 상악동 막도 서서히 재생되며 건강한 상태를 되찾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성공적인 결과를 위한 치과-이비인후과 협진
치성 부비동염은 치과와 이비인후과 두 영역에 걸쳐 있는 질환이에요. 그래서 경우에 따라서는 두 진료과가 함께 협력하는 것이 필요해요.
치과와 이비인후과 전문의 간의 협진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일러스트
치성 부비동염의 성공적인 치료를 위한 치과-이비인후과 협진 개념
일반적인 치료 흐름은 이렇게 이해하시면 돼요.
- 치과 선행 진단: 치성 부비동염이 의심될 때는 먼저 치과에 내원해서 CBCT 촬영 등 정밀 검사로 치과적 원인을 명확히 파악해요.
- 치과적 원인 제거: 진단 결과에 따라 필요한 치과 치료(신경치료, 발치 등)를 진행해요.
- 경과 평가 및 필요시 협진 의뢰: 치과 치료 후에도 상악동 증상이 나아지지 않거나, 만성적인 점막 비후·물혹 같은 비가역적 변화가 남아있을 때는 이비인후과와의 협진이 필요할 수 있어요. 이때 치과에서 촬영한 CBCT 자료가 이비인후과 진료에도 중요한 참고 자료가 돼요.
- 이비인후과적 처치: 이비인후과에서는 내시경 등을 이용해 상악동 내부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상악동 세척이나 만성 염증 조직 제거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어요.
치료 과정 중 고려사항: 구강상악동누공
상악 어금니를 뽑거나 임플란트를 심는 과정에서 드물게 상악동과 입안이 서로 통하는 작은 구멍, '구강상악동누공(Oroantral Fistula)' 이 생길 수 있어요. 치아 뿌리 염증으로 상악동 바닥 뼈가 이미 얇아져 있거나 파괴된 경우에 이런 가능성이 높아지는 편이에요.
누공이 생기면 물을 마실 때 코로 새어 나오거나, 말할 때 바람이 새는 느낌, 코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작은 크기는 자연적으로 막히기도 하지만, 일정 크기 이상이거나 감염 우려가 있을 때는 잇몸을 이동시켜 구멍을 막아주는 외과적 처치가 필요할 수 있어요.
그래서 치료 전에 정밀한 진단을 통해 상악동 상태를 꼼꼼히 파악해 두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오랫동안 낫지 않던 한쪽 코막힘과 얼굴 통증의 원인이 위쪽 어금니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처음 들으시면 조금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어요. 하지만 알고 나면 오히려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 알겠다'는 안도감이 생기기도 하거든요. 비슷한 증상으로 오래 고민해 오셨다면, 치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CBCT 촬영 등 체계적인 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해드려요.
본 글은 의료법 제56조 준수 기준에 따라 작성된 교육적 정보이며, 개별 진단·치료는 치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